최근 들어서 송곳니와 송곳니 바로옆에 있는 첫번째 어금니들이 갑자기 빠지고 있다. 교차로에 신호를 기다리며 대기하던 차량들이 신호가 바뀌자마자 쏜쌀같이 튀어나가는것마냥 진짜 후두둑 빠지고 있다.
처음에 앞니들이 한두개 빠질때는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이어나가는 느낌이 들어 기쁘고 고맙고 다행스러웠는데, 지금의 속도로 빠져나간다면 밥도 못먹을 정도가 될까봐 살짝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아빠, 나 이뺐어"
'엥? 빠진게 아니고 뺐다고?'
갑자기 젖니가 후두둑 빠져나가는 신체의 성장도 놀랍기도 하지만, 앞쪽 젖니들이 빠질때는 약간의 통증에도 자지러지게 울고 하던 아기의 마음에서 이제는 자기가 직접 이를 잡고 흔들어 그냥 뽑아버리는 정도로 훌쩍 커버린 마음의 성장이 더 놀랍다.
살살 달래서 겨우 이를 뽑으면 마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서 귀향하는 선수를 환대하는것 이상으로 환호하며 박수치고 아이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즐기고 했었는데, 이제는 혼자서 '툭' 이를 뽑아 덤덤하게 씻어서 대수롭지않게 가져다준다.
이를 건네받고 한편으로는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나는것에 안도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겁이 덜컥 났다.
이제 "아빠, 아빠, 놀아줘~" 하며 내게 달려올 시간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니까 말이다.
다시오지 않을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기에, 나중에 분명히 아쉬워할껄 잘 아니까 시간이 빨리 흐느는게 정말 싫다. 매순간을 몇번이고 되새기고 추억하고 충분히 즐기고 싶다. 그래서, 아이의 일상을 조용히 기록해본다.
지금의 생각과 감정을 예쁘고 정성스럽게 글속에 담아놓고 싶어 한자 한자에 고민이 깊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의 예전 사진과 영상들에 취해 한참 시간을 보내고, 갑자기 아이의 얼굴이 보고싶어서 조심스레 아이가 잠든 방에 들어가본다. 그리곤, 곤히 잠들어 있는 아들의 귀에다 조심스레 속삭이듯 주문걸어본다.
"아빠는 나중에 너무나 아쉬울껄 너무 잘 알기때문에 충분히 천천히 느리게 니가 자라났으면 좋겠어."
"늦게 커라, 늦게 자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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