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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할아버지 기일제사

by loveson 2013. 2. 12.


어릴적 사진에, 그리고 어머니의 옛날얘기 속에,

언제나 따뜻했던 할아버지.

끝까지 정정한 모습을 보이셨지만

그래도 마지막 모습은 내가 집사람이될 사람에겐 보이기 싫어서

마지막 병상에서 흐릿한 기억중이실때 조차도 좋은 인연을 만나길 바라고 당부하셨던 할아버지.

내 결혼식을 앞두고 떠나가시며, 내게 짐이될까봐 서두르셨던 할아버지. 

그 고마운 분의 두번째 기일에 참석하지 못했다.

 

죄스러운 마음 가득하지만

그래도 집사람과 귀하디 귀한 손주가 할아버지를 뵈러 가서 맘에 짐을 조금 덜었다.  

 

착하디 착한 내 와이프,

요즘같은 세상에 이런 사람 흔치 않을것 같다.

내가 옆에 없음에도 갓난아이를 혼자 데리고 할아버지 제사에 갔다.

나에게 한마디 불평도 없이...

 

물론 내 어릴적 아버지 공장일로 늦은 귀가에도 늦은시간까지 제사상 준비하시던 어머니의

수고로움에 비할수야 없겠지만

어쨋든 힘든 직장일 마치고 갓난아이 들쳐업고 헐레벌떡 제사에 달려가는 힘겨움 또한

쉬운 수고로움은 아닐것이다.

그 고마움에 할아버지께 그나마 면목이 서는것 같다.

 

...

아직은 그 일이 끝난것도 아니지만,

그 날의 상황 짐작을 시작하기도 끔찍하지만,

 

이젠, 조금씩 차분히 생각을 해봐야 할것 같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위치에 있는것인지,

남은 삶에서 어떻게 살아갈것인지...

 

결혼을 하면서 생각을 해봤던 것인데

그땐 어머니께서 너무 이르다 하시며 말리셨는데

이젠 어쩔수가 없다.

 

동방예의지국의 대한국민으로

예법과 도리를 지키는 거룩한 사명의식은 아니어도

조상에 감사하는 인간의 도리로라도

조금씩 찾아보고 알아가며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매년 새로운 달력을 받을때마다

날짜를 세어 표시를 하고

그날마다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아야하지 않을까

 

상다리 휘어질만큼 산해진미를 준비하진 못하더라도

정성스럽게 마련한 소박한 제사상으로

감사할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물론... 내 "형"을 그리워하는것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