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심사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결과를 대면하고, 다음날 아파트 뒷산의 삼각봉에 올랐다.
진급심사의 결과를 마주하고 순간 억울하고 화난 감정이 가득하여, 시원하게 드라이브를 해볼까 했지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사고가 날까 걱정되어 차라리 산을 올랐다.
등산로 초입을 지날때만 해도, 온갖 나쁜 감정과 끔찍한 상상들이 머리속 가득하였지만,
산을 오르는 중턱에서는 어느덧 나도 몰래 미소가 살짝살짝 지어졌다.
이윽고, 정상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과 풍경이 내마음의 지저분한 찌꺼기들을 말끔히 씻어준듯하여
마음이 평온하고 즐거움만 가득했다.
하지만, 내려오는길에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레 발을 내딛으니
신기하게도 정상에서 훌훌 털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온갖 악감정들과 기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머리에 쏙쏙 박히는것 같았다.
결국 산을 내려오니 처음 산행을 시작했을때와 똑같은 마음의 상태가 되었다.
"산행을 하여도 머리속은 계속 복잡하고 달라진게 없다"고 누군가가 했던 말처럼,
산행이라는건 잠시 속세를 떠나 번뇌와 고민에서 한발짝 떨어지는것일뿐,
다시 일상으로 내려오면 처음과 똑같이 근심과 걱정이 마음에 한가득 채워지는
"찰나의 도피" 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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