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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라도 탐방

by loveson 2022. 9. 20.

( 2021. 8. 8  작성한 글입니다 )
   

   그동안 장거리 운전에 부담감이 많아서 편도 2시간이 넘는 자동차 여행은 감히 생각조차 시도해보지 않았던 우리 가족이었다. 그러다보니 국내여행에서는 여행지 선정에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도 가지 못하는 마당에 가까운 휴양시설만 계속 다녀오는건 여러모로 좋지 않다고 판단하여 이번 하계휴가에는 큰 맘먹고 한계를 넘어서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저번부터 아들이 핏줄과 뿌리에 대해 관심도 늘어나고, 아빠 또한 본적인 “전주”라는 곳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서 전라도로 가보기로 했다. 아들이 어릴땐, “여행지 = 호텔 및 수영장”이라는 공식이 있었지만,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관광여행을 위해 가성비 있는 숙박장소로 예약했다.
  
○ 기간 : 2021. 8. 4(수) ~ 8. 7(토)  3박 4일 
  
○ 코스 : 전라남도 순천(1박)  →  임실  전주(2박)
    

       
       

2021. 8. 4 (수)    여행 1st Day
       

   뭔가 활기차고 즐거워야할 여행의 첫날 아침부터 아빠는 기분이 안좋았다. 어제 저녁에 정현이랑 줄넘기 하러 내려갔을 때 답답하고 서운했던일 때문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아빠 기분도 모르고 얼굴이 왜그러냐고만 다그쳐 물었다.
   
   아빠는 엄마의 대화방식이 잘못되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표정이 어둡거나 뭔가 불만이 있다고 보이면, 제일 먼저 왜 그런지 물어봐야 하는거 아니냐고 엄마를 나무랐다. 엄마가 급히 사과를 하고,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물어보니,
   
   어제 아빠가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줄넘기를 위해서 내려갔는데, 정현이는 짜증만 내고 억지로 줄넘기를 하고, 자세가 이상해서 고쳐야할 부분을 아빠가 친절히 설명해줌에도 듣는둥 마는둥 흘려듣기만 했다. 그런데도, 엄마는 그저 잘하고 있다고 하면서, 개수에만 연연해하니 아빠는 너무 화가 났다는 것이었다. 지금 정현이에게 중요한 건 줄넘기를 몇 개를 더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게 바른 건지 아는게 더 중요한 거라고 했다.
덧붙여, 다음부터는 대화할 때 아빠가 생각한 대화순서를 꼭 지켜달라고했다.
  
< Conversation Process >   
   1. Asking & Listening
   2. Understanding, Admit, Sympathize 
   3. Apologize  &  Forgive
     
   얘기를 끝내고 서둘러 짐을 싸서 여행지로 출발했다. 늦잠때문인지 급히 나섰음에도 벌써 허기가 졌다. 코로나 때문에 고속도로 휴게소의 식당이 어떨지 몰라서 점심을 챙겨먹고 가기로했다.
   

         
11:30

  민락동에서 살 때는 자주 갔던 곳인데, 오랜만에 “메밀꽃필무렵” 식당을 찾았다. 여전히 이곳은 식당 Open 준비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여유로운 불친절?이 그대로였다. 그만큼, 맛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이 식당의 “냉모밀”은 가히 최고라 할만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엄마의 바뀐 헤어스타일과 한동안 발길이 끊어진 것에 대해서 식당점원이 왠일인지 살갑게 몇마디 말을 붙였다. 기대를 하지 않았던 싹싹함과 친절함에 다른날보다 훨씬 기분 좋은 식사같이 느껴졌다.
   

         

15:00
   무려 3시간가량 차를 달려 고인돌 공원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의 첫 행선지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기념비적인 장거리 자동차 여행이라서 인지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기분이 너무 들떠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주차장에 차가 한대도 없었다. 순간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 너무 이른 시간도 아니었다. 햇살은 물론 강렬하지만, 나들이에 넘 좋은 날씨였는데… 사람이 없다.
     

  매표소에 관리인도 없을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근무중이셨다. 전라도민과의 첫번째 대화에 기대를 많이 했지만, 별달리 오고 간 말은 없었다. 여행 끝날 때까지도 느낀거지만, (우리가 만났던!!) 전라도민들은 말수가 별로 없었다.  
   

  고인돌 공원 답게 입구가 고인돌로 꾸며져 있고…
   

  넓은 공원면적에 비해 고인돌은 별로 없고 나무와 잔디가 많아 마치 잘 가꿔진 정원 같다.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위해 각자 우산을 들고 다녔어야 할 만큼 너무 화창한 날씨였는데, 사진으로 담아보니 정말 구름한점 없는 너무 청명한 하늘이었다.
(나중에 소개자료를 보니 고인돌이 140기!!가 있다고 했다. 87년에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고인돌을 어떻게 이동시켰는지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도 있고, 남방식 고인돌(바둑판 고인돌) 내부를 볼 수 있게 두꺼운 덮개 돌을 제거한 무덤도 있어서, 학습적으로 아주 효과적인 전시물이었다.
    

  고인돌이 있었던 석기시대를 배경으로 공원을 꾸몄으니, 당시에 거주형태인 움집도 전시를 해 놓았다. 사후세계의 거처인 고인돌, 현생의 거처인 움집이라…  삶과 죽음이 그리 멀지않은 곳에 함께한다는 깊은 철학적 깨달음을 표현해 놓은 것일까…
     

  관람Root 도로도 없고, 안내표지판도 부족하고, 공원부지 대비 전시물도 살짝 부족했지만, 그래도 오히려 탁 트인 넓은 공원부지에 잘 가꿔진 나무와 잔디가 어우러져 뭔가 여유와 운치가 있는 공원이었다. 거기에 화창한 날씨까지 곁들여지니 여행의 첫 행선지부터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 전라남도 고인돌공원(061-755-8363) http://www.dolmenpark.com  
   전남 순천시 송광면 고인돌길 543   문화재자료 제154호   

   관람시간 : 3월~10월) 09:00 ~18:00  11월~2월) 09:00 ~ 17:00   
   관람료 : 어른) 1천원, 어린이 500원

       
  다음 행선지는 “순천 거차뻘배 체험장”. 혹시나싶어 체험마감시간 문의로 전화를 해보니, “일단 와봐유~우~,체험하는 사람들 있응게~”라는 약간은 퉁명스런 답변에 네비로 이동시간을 확인해봤다. 이동소요시간이 체험마감시각에 걸리는 듯해서 계획을 급 변경하여 “낙안읍성”으로 가기로 했다.
       

   
17:00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전기부터 600여년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계획도시이다. 특히,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또, 현재 실제로 주민이 살고 있다고도 했다(90여 가구). "살아있는 민속마을" 

     

  낙안읍성 투어를 시작하기전에 먼저 허기를 채우려 편의점을 찾다보니 동문부터 관람을 시작하게 되었다. 폐장 전까지 1시간 정도만 관람이 가능해서, 간단히 편의점에서 요기를 하고, 허겁지겁 관람시작. 입구에 친절하게도 안내판에 관람코스가 표시되어 있었다. 초행자들이 관람계획(동선)을 세우기에 도움이 되는 아주 요긴한 자료였다.

  따가운 햇살에 지칠까봐 우산대신 시원한 밀집모자도 구입해서 쓰고, 안내코스를 따라, 마치 조선시대의 나그네가 된 듯한 마음으로 고을 유람을 시작했다.
     

  마을을 둘러보기 전에 이곳을 다스리는 사또에게 먼저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라고해서 관아를 찾아갔다. 관아로 가는길, 여행객을 맞이하던 객사 뒷편 멀리 웅장하고 위풍당당한 뒷산의 모습이 자꾸 눈에 뛰었는데, 아빠가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면서 멋지다고 감탄했던 바로 그 산이었다. 예사로운 산이 아니구나 했는데, 도착해서보니 낙안읍성을 감싸주는 주산인 금전산이었다.
 
  관아로 가는 길목에 전통놀이 간이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현대사회에는 말초를 자극하는, 너무 화려하고 즐기기 간편한 놀이감이 많아서 이런 옛날 놀이가 별 재미가 있겠냐 싶었지만, 막상 화살을 던져보니 매순간 짜릿한 감이 느껴졌다. 옛날 사람들도 저 화살 하나를 던질 때 마다 순간순간 손끝까지 저릿한 긴장감을 느꼈겠지?
     

  전통놀이 체험장을 지나 몇걸음 걷다보니 저 멀리 관아가 보였다. 입구 양쪽에는 포졸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순간 진짜 사람인 줄 알았으나… 다가가서 보니 그냥 인형이었다. 영국의 버킹엄 궁전처럼 진짜 경비병의 교대식 같은 것을 했다면 더 재밌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대문에 전라도 말투로 손 글씨 인사말이 적혀 있었다. 정현이가 소리 내어 읽어보니 진짜 전라도 주민이 정겹게 우리를 맞아주는듯 했다.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이긴 한데 좀더 예쁘게 제대로 볼 수 있게 게시했으면 더 좋았을걸… 그래도 어쨌든 이런 “소소한 준비”들이 우리의 여행을 참으로 즐겁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되었다.
     

  아빠는 동헌에서 당시 상황을 인형으로 재현해 놓은 것에 너무 만족스러워했다. 얼마전 통영여행때 건물만 덩그러니 있던 관광지(삼도수군통제영)와는 참으로 비교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삼도수군통제영의 세한당에서는 여기가 어떤 장소로 쓰였는지 전혀 설명이 없어 참 답답했었고 아쉬움이 많았는데 작은 디테일의 차이가 이렇게 큰 만족으로 다가온다는걸 몸으로 실감했다.
     

  아들은 사또가 생활하던 “내아”를 살펴보다가 부엌쪽에 굳게 닫혔던 문을 보고 열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었다. 힘을 주어 살짝 열었을 때, 인형들이 진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꾸며져 있어서 진짜 사람 인줄 알고 얼마나 놀랬던지... 인형들 자세가 너무 리얼! 정말 맛있는 밥을 짓고 있고 아궁이에서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듯했다. 그리고 동헌을 나와서 읍성 내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연자방아를 본 순간 또 학구열에 불타오르는 엄마….뭐라도 아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어 또 선생님모드로 변신!  열심히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과 체력이 방전되어 집중력이 흐트러진 학생. 연자방아를 한참 감상하던 아빠는 가축을 이용하여 힘든 일을 좀더 편리하게 만드는 인간의 창의성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가축의 희생을 이용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잔인한 듯 하여  조금 씁쓸했다.
       

   길을 가다 실제로 표주박이 달린걸 처음 본 엄마와 아빠. 여기는 무조건 촬영포인트라며 엄마와 아빠는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넘 조급한 맘만 앞섰던걸까…사진들이 공중부양느낌의 사진밖에…
  

  낙안읍성 안에는 다양한 체험부스도 많이 있는 것 같았는데 코로나 때문인지..아님 시간이 다 되어서 그런건지 문이 닫혀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아빠 키를 이용하여 슬쩍 들여다 본 전통혼례체험장.
 

  사극드라마를 볼 때마다 어찌 배경을 저렇게 완벽하게 재현했을까 늘 궁금했는데 낙안읍성에서 촬영을 한 것이었군! 아쉬웠던건…저런 대문짝만한 사진을 붙여놓지 말고 차라리 인형같은걸 만들어 세워놨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성곽 위에 올라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니 초가지붕이 다닥다닥 붙어있는게 마치 스머프 마을같이 보였다.
지금이야 작은 마을의 동네라도 차량이 있고 여러 교통수단이 있어서인지 이렇게나 집들이 붙어 있지 않은거 같은데 그시절엔 그냥 걸어다녀야하니 옹기종기 모여있을수 밖에 없던게 아닐까.
  실제의 거리가 마음의 거리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옛날 사람들은 이웃끼리 왠지 더 오순도순 사이좋게 지냈을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초가집의 지붕이 낮에 봤던 움집하고 비슷하네. 그럼 움집에서 발전되어 초가집이 된건가??
 

  어느덧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어서 조급해진 마음탓에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 위에 있는 관람로를 따라 출구로 급히 이동했다.

        

* 순천 낙안읍성 (사적 제302호)  http://www.suncheon.go.kr/nagan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30  (061-749-8831)
   관람시간 : 1월,11월~12월) 09:00~17:00,  2월~4월,10월) 09:00~18:00, 5월~9월) 08:30~18:30
   관람료 : 어른) 4,000원, 어린이) 1,500원
   주말 상설 공연 개최 : 가야금병창, 국악, 한국무용, 농악등  절기에 따라 시행시간 변동

        

   
20:00
  고단한 여행이라 지쳐서 인지 허기는 있지만 입맛이 없어서, 일단 숙소에 짐을 던져버리고 주변식당을 탐색하다가 김치찌개 먹으러 갔다.
 

  고기를 못먹는 엄마때문에 메뉴선정에 많은 고뇌와 의견충돌이 있었지만, 최종 선정된 돼지고기 숭숭 썰어 넣은 고소한 김치찌개는 우리들의 여행피로를 말끔히 없애 주었다.
  김치찌개의 단짝인 계란말이를 추가했는데,  나온건 계란말이가 아니라 계란 후라이? 계란전? 이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맛은 또 있어서..한번 더 주문 ^^

  여윽시 전라도는 음식 맛이 좋다며 엄마, 아빠 아들 셋은 밥그릇을 싹싹 비웠다.
    
  
2021. 8. 5 (목)    여행 2nd Day

  수영장이 딸린 근사한 리조트는 아니지만 여행의 피로를 풀고 휴식을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는 호텔이라 여행 첫날밤은 나쁘지 않았다.
  

   여행의 큰 즐거움이 먹거리, 그 중에서 아침의 뷔페식은 빼놓을 수 없는데, 작은 숙소임에도 불구하고 정성스레 준비된 깔끔한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음식도 괜찮았지만 지배인분이 너무 친절하고 상냥하게 안내를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조금 늦게 식사를 하러가서인지  마지막엔 우리 가족만 있었다. 그랬더니 지배인분이 수박주스도 만들어주셨다. 예전부터 전라도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이 많았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뭔가 생각의 변화가 생길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해가 더 뜨기 전에 갯벌체험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나섰다. 체험장으로 가는 길이 시골길이라 평소 볼 수 없던 농촌의 풍경을 즐길 수가 있었다.
   

 

  초록이 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넬들.. 처음엔 인삼을 재배하는 차양막 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태양광 판넬이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땅에, 굳이 나무를 베어내고 산을 깎아 저렇게 만들어야 했나? 인구가 감소해서 쓰지 않고 방치된 마을의 부지를 재활용하면 더 이상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개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근런데, 태양광 시설이 예전부터 있었던게 아니라 최근에 대규모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한창 공사중인 곳도 여럿 보였다. 왜 갑자기 늘어난 것일까? 농촌에 노령화가 진행되어 농사는 지을 수 없고 먹을거리는 있어야 하니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걸까? 근데, 시간이 지나면 관리가 안되고 효율도 떨어져 애물단지가 되는 것은 아닌지.. 점점 망가져가는 자연의 모습에 속이 상했다.
     
11:00
  뻘배 체험장 도착. 이른시간이여서 인지 관광객이 별로 없었다.
  아빠는 가족의 단합을 위해 모두가 함께 뻘배체험을 하길 바랬지만 엄마는 단호히 그늘아래 진흙팩으로 결정했다. 어쩔수 없이 오늘도 아빠는 아들의 개인강사로 선정!
  

    
  물론 경험이 없었지만 아빠는 거의 현지주민 수준으로 뻘배를 타고 다녔다. 부전자전이랬던가, 아들도 수준급 실력을 뽐냈다.
  땡볕에 푹푹 빠지는 뻘밭에서 잠시 놀았더니 체력이 금새 바닥났다. 그래서 간이 그늘막에 몸을 피했다. 넋을 놓은것처럼 뻘밭을 바라보고 있던 찰나에 아빠 뻘배가 지나간 길 위로 거품같은게 뽀글거리는게 보였다.

  칠게!
  안내하시는분이 말씀하셨던게 갑자기 떠올랐다. 자세히 봤더니 조그만 게들이 기어나와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들의 추억을 위해 아빠는 다시 뻘밭으로 출동!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한참을 칠게잡이에 매달렸다.

  그렇게 아빠는 열심히 게잡이를 했는데, 뻘 냄세를 계속맡아서 그런지 속이 울렁거려 결국 아들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뻘배체험을 긴급하게 중단했다.
       

  그래도 잡은 칠게들과의 놀이에 아들은  즐거웠다.
     

  잠깐의 휴식으로 체력회복후, 2차전 시작!
  가족단위로 아이들과의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와서인지 미끄럼틀도 설치되어 있었다. 한낮에 작열하는 태양볕에 플라스틱 미끄럼틀이 거의 녹아내릴만큼 뜨거웠지만 물을 뿌려가며 나름 스릴있게 놀았다.
  샤워를 하고 뒷정리를 하고 나니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체험장에 딸려있던 식당에서 그냥 간단히 먹고 가자했는데 아빠는 허름한 식당이고 관광객도 없어서 음식이 왠지 신선하지 않을 것 같아 주저했다. 이런저런 실랑이 끝에 결국 아빠, 정현이는 국수, 엄마는 칠게 비빕밥을 주문했는데, 의외로 수십년 전통의 국수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깊고 풍부한 풍미의 국수가 뚝딱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물론 엄마는 비빔밥도 맛있었다고 했다.
   
  뻘배 체험장의 극한 더위를 경험할때만해도 빨리 다음행선지에 도착할 생각밖에 없었는데, 전주로 차를 타고 가면서 시원한 에어컨에 몸도 맘도 편안해지니 여유가 생겼다.

  큰 결심에 나선 여행이니 많은 곳을 둘러보자고 의기투합하여 경유지를 추가하기로 했다. 지도를 살펴보니 남원과 임실이 보였는데 남원은 춘향관련 내용이라 정현이가 별로 감흥이 없을 것 같았고, 임실은 정현이도 좋아하는 치즈의 고향이니 임실로 결정했다. 통화를 해봤는데 체험마감시간이 4시라서 한시간내로 도착해야하는 상황. 이때부터 아빠의 광란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1시간동안 140km/h이상의 속도로 달렸는데도 네비게이션의 소요시간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 너무나 신기한 상황을 겪어봤다.
   

   
16:00
가까스로  체험 시작시간전에 임실 테마파크 주차장에 도착. 허겁지겁 뛰어서 체험신청 성공.

 체험실에 들어가서보니 대부분 유아 가족들이었다. 신나게 손뻑치며 체험시작. 치즈 만들기 재료는 원유(반드시 저온살균된것), 유산균(치즈를 늘어나게함), 렌넨(응고제, 소’s 4번째 위에서 추출, 현재 우리나라는 전량수입중)
       

강사님께 배운대로 유산균 투입.
   
렌넨까지 섞어놓고 치즈가 만들어지길 기다리는 동안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을 보며 임실의 지정환 신부님 알게되었다. 6.25전쟁을 듣고 벨기에에서 가난한 사람을 돕고자 한국으로 건너왔으며 “무엇으로 이 가난한 사람들이 잘살게 해줄수 있을까?” 고민끝에 산양 3마리로 처음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게 임실치즈의 기원이 되었고, 이후  “”氏는 임실지역의 시조 성씨이고, “의가 하게 밝힌다”는 뜻으로 신부님의 이름을 “지정환”이라고 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 이름의 의미도 그분과 비슷해서 다소 놀랐다. 다스려  밝혀라!)
이런 인간애는 어디서 나오는걸까? 임실치즈에 고귀한 뜻과 역사가 있었다는걸 알게되니 이제부터 임실치즈만 먹겠다는 아빠의 다짐이 생겼다.
 

모짜렐라 치즈, 체다 치즈 만들기도 체험해보고, 직접 만든 치즈를 기념품으로 받았다.그 와중에 꼬마아이가 들고가다가 엎지른 에피소드 발생, 한참을 그걸로 웃었다. 체험실을 나와서 건물 2층 카페에 들러 음료와 함께 치즈 맛봄. 먹어본 치즈 중 가장 맛난 치즈가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거대한 치즈모형의 치즈박물관으로 향했으나 Close.
언제나 아쉬운 타이밍이다.
   

   

지정환 신부님께서 처음 키우셨다던 그 염소들의 후손들인가? 너무 온순하게 뜯어준 풀을 잘 받아먹었다. 무한대의 염소애(愛)로 정현이는 한참을 풀을 뜯어줬다.
     

 정말 우리 밖에 사람이 없다. 한적하고 평화로워 관람하기엔 좋았다.
     

* 임실 치즈 테마파크  www.cheesepark.kr  
   전라북도 임실군 성수면 도인2길 50 (체험문의 : 063-643-2300,3400  식사문의(프로마쥬레스토랑) : 063-643-3402)
   치즈숙성실(치즈동굴), 임실치즈펜션, 유가축장, 플레이랜드 등

         

전주로 가는 고속도로. 가시거리가 1m도 안될만큼 무자비한 폭우가 쏟아졌다. 엄마는 엄청 겁에질렸다. 그런데, 마치 섬지역의 변덕스런 날씨처럼 앞이 안보이는 폭우가 내리치다가 맑디맑은 하늘이 열려 어리둥절 하게 만들었다. 자연의 신기함이란..
     

 오늘 너무나 고생한 아빠를 위해 엄마가 과감히 고기집으로 저녁식사 결정함. 이름난 식당이 아니라 그냥 지나는 길에 들러도 전라도는 다 맛있다는 소문은 거의 확실해졌다. 모든 음식들이 맛났는데 특히 동치미 국물이 넘 맛나다고 감탄하는 아빠
     
    
2021. 8. 6 (금)    여행 3rd Day
드디어 대망의 여행 세번째날. 이번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었던 전주관광을 시작하는 날이다.
     

 그런데, 아뿔싸! 여행의 백미는 호사스런 아침 뷔페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런 허접한 식사라니.. 여행 계획세울때 조식만 강조하던 엄마에게 핀잔을 준 게 후회되는 아빠.
         

경기전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제서야 제대로된 여행느낌이 난다. 북새통! 엄청난 인파!
        
전주하면 전주비빔밥 아닌가. 주차장 맞은편에 외관상 깔끔해보이는 우리스타일의 식당을 발견하고 망설임없이 입장.
       

하지만, 전라도에 와서 가본 식당 중에 처음으로 실망한 곳이다. 맛도 없고 직원들도 상냥하지 않았던 식당..  엄마의 분석으로는 어차피 뜨내기 손님 상대하는 곳이라 대충하는 것 같다고. 나중에 한옥마을 둘러보면서 곳곳에 맛나 보이는 식당이 많다는걸 알게 되었다. 여기서 또 한번 진리를 깨달았다. 절대 서두르지 말자. 차분히 선택하자!

         

 이성계 어진을 모신 경기전을 먼저 가보기로하고 전주한옥마을을 거닐기 시작했다. 너무 더워서 불과 몇분만에 녹초가 되어버렸다. 그래선지 정현이는 연신 등을 벅벅 긁고 다녔다. 엄마가 뒤따라오면서 보기 싫은 모습이라며 나중에 보여 줄려고 셔터를 눌러댔다. 첫째날에 낙안읍성을 돌아보고와서인지 전주한옥마을은 유적지처럼 고풍스러움이 느껴지지 않고, 그냥 기와집으로 꾸며놓은 상업도시 느낌이었다.
     

 하마비. 아무리 멀리서 온 귀한 손님일지라도 이곳에서부터는 말에서 내려서 걸어가야한다는 표식이란다. 무심코 지나쳐버릴뻔했던 작은 조각상이었는데, 나름 의미가 깊은 유물이었다.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는 불변의 진리가 다시금 역사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로 가슴에 새겨진다.
    

“이성계” 안내문의 저 글자만 읽은 것인데도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건축기법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조각 하나에도 깊은 의미가 새겨져있는 것 같다.
     

 한사람의 초상일지라도 그것이 왕의 얼굴을 그린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진이 없던 옛날이었기에 왕의 용안을 닮은 그림은 왕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예사롭지 않은 건물에, 예와 정성을 다해 어진을 모셨다고하니 자연스레 숙연해지고 엄숙해진다.
    

 드디어 조선의 건국자, 이성계의 어진 앞에 섰다. 인터넷에서만 보았던 것을 눈앞에서 직접보니 뭔가 얼떨떨하기도 하고, 싱숭생숭한 느낌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청룡포. TV나 영화를 통해 익숙한 조선 임금의 붉은색 용포와는 다른 푸른색 용포가 왠지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 것 같다. 실제와는 다르게 조금 과장해서 크게 그렸을 것 같은 풍채때문인지 예전에 통영여행에서 봤던  이순신 동상의 모습보다 더 당당하고 강인해보인다.
조금 더 구석구석 자세히 보려고 힘껏 목을 앞으로 늘려보았지만, 정전 내부가 너무 어두워서 어진이 잘 보이진 않았다. 예술작품의 보호를 위해 접근을 막아야하는건 알겠지만 그래도 너무 안보인다.
어느 전시관에서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관람을 끝내고 정전을 나서려 했으나 쉽게 발걸음이 떼어지지가 않았다. 놀란 마음에 돌아서서 목례로 예를 표하고 나니, 그제야 발길이 떨어졌다.
     

백성에게 있어 귀한 존재가 왕이듯이, 예나지금이나 엄마와 아빠에게 있어서 귀한 존재가 바로 아들이다. 왕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 것이 탯줄이기에 옛날 사람들도 그렇게 소중하게 보관했다. 당연히 우리도 아들의 탯줄을 잘 간직하고 있다. ^^
     

정전을 나와서 지나는 길에 뭔가 깔끔하게 채색된 붉은 건물이 보였다. 사전지식없이 방문했으니 당췌 뭔건물인지 몰랐다. 하나라도 더 보고가야겠다는 의지로 가까이 다가갔다.
     

 건물 주위를 둘러봐도 입구가 안보였다. 멀리서봤을때 뭔가 계단같은게 보였는데 왠 필로티 건물? 조선시대에도 그런 건축기법이 있었나? 이리기웃 저리기웃하던차에 어디선가 시원한 냉기가 느껴졌는데 그걸 따라가니 건물 아래쪽에 다락방으로 올라가는듯한 사다리 계단이 보였다. 동굴탐험을 하는듯한 호기심과 설레임으로 올라갔다.
시원한 바람을 내뿜는 에어컨에 정신이 팔려 잠시 웃고 떠들다가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니 공간을빼곡히 채운 것들이 왠만한 박물관 이상으로 뭔가 볼 것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사 보존에 힘썼던 증거. 인간이 문자를 발명한 순간부터 원초적인 본능이였던 기록. 왜란의 혼란속에서도 사명의식을 가지고 힘겹게 실록을 보관해온 조상들에게 존경과 감사함을 느꼈다. 이렇게 여행기록을 정리하는 아빠도 그분들의 DNA 전해졌기 때문은 아닐까?
     

 어진박물관에 와서야 좀더 가까이서 어진을 볼 수 있었다. 용안을 자세히 보니 눈은 가늘고 광대는 발달한 것이 몽골인 특색이 나타난다고 해야하나?
  

조선시대에 아들이 태어났다면 진짜로 이런 의자에 앉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전주의 특산물이 한지라서 닥종이로 인형을 만들었다고 엄마가 말했다. 한양에서 전주로 어진을 모셔왔다고한다. 무려 7박 8일이나 걸려서 저 많은 사람들이 그림 한점 들고 왔단다. 효율성으로 따지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왕의 초상 = 왕”이었던 그 시대의 사고기준으로 바라보면 납득이 될만도 하다. 전주이씨, 왕조의 발상지이기 때문에 이곳으로 모셔왔단다.


엄마는 이런 여행을 싫어할지 모르지만 아빠는 이곳 찍고 저곳 찍고 해야한다고해서 서둘러 유명관광지를 검색하여 전주동물원으로 향했다.
   

* 경기전 www.jeonju.go.kr  
   전라북도 전주시 태조로 44 (063-281-2788)
   관람시간 : 6월~8월) 9시~20시  11월~2월) 9시~18시

        

   

지방에서는 첫번째, 국내에서는 3번째 규모의 동물원이라고했다. 역사도 지방에서는 1등이란다. 주차장 입차할때 주차비를 50% 할인해주니 첨엔 기분좋았는데, 나중에 관람을 해보니까 폐장시간이 다 되어서 동물들이 다 집에 들어가서 볼게 없기 때문에 할인해주었다는걸 깨닫게 되어 되려 기분이 나빴다.
시간에 쫓기듯이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동물의 울움소리만 들리고 보지는 못하고..
     

아들이 보고 싶어했으나 다양하게 보지 못했던 원숭이.
    

쿵푸팬더의 스승이었던 사막여우, 여우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참으로 귀엽게 생긴 얼굴
       

아메리카 들소. 저렇게나 큰 덩치로 재빠르게 뛰어다닐 수 있다는 걸 생각지도 못했는데, 놀랍고 또 놀랍다. 쉭, 쉭 거리며 가쁜숨을 몰아쉬면서, 넓은 사육장 이곳저곳을 날뛰는 모습을 보니 그리스 신화에서 미친 황소를 제압하기위해 고군분투했을 헤라클레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빠는 주토피아의 보고 서장을 떠올렸지만 그건 아프리카 물소였음.)
       

 시간에 쫓기듯 헐레벌떡 뛰어다니며 관람했지만 많은 동물을 보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동물원 내부가 널찍하고 울타리 내부도 넓어서 동물들이 편히 지낼것같다는 생각에 기분좋아짐.
     

“신포우리만두”
숙소근처에 동네 밥집을 찾아 들어왔는데, 진짜 전라도 음식은 맛있다는 소문은 사실이다라는게 다시금 증명됨. 양도 푸짐하고 맛은 더 풍미 가득하고.
같은 프랜차이즈 음식인데도 더 맛나게 느껴진다.
아니 진짜 더 맛난다!
 
부산에 이 프랜차이즈가 있나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메뉴도 그렇고 맛도 좋았는데
아쉽네..
     
       
2021. 8. 7 (토)    여행 4th Day
 

 물이 바뀌어서인지, 과식때문인지, 아니면 피곤함때문이었는지 아침부터 속이 안좋다고 하여 약국을 찾았다. 다행히 심각하진 않아서 간단한 약처방으로 끝.
   
   
Epilogue
사람들은 왜 여행을 가는걸까? 일상을 살아가면서 여기저기에서 발견했던 호기심과 궁금증을 채우려고? 비싼 비행기티켓을 끊고 호화로운 해외여행지에서 멋진 기념사진을 찍은뒤 다른사람에게 자랑하려고? 아니면 그들의 부러운 눈빛을 즐기려고? 꽉 막히고 답답한 도시풍경에서 벗어나 한적하고 뻥뚫린 시원한 자연풍광을 즐기려고?
어떤 여행이 더 좋은 여행이라 순위를 매길순 없을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하찮아 보이는 당일치기의 짧막한 여행이라도 그사람에겐 그것이 최고의 순간일수도 있으니까.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 되었든, 과정이 어떻게 흘러갔든, 본인들의 욕구를 채워주었고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면, 거기다 일상으로 돌아온후 가끔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면 그 여행이 자신에겐 최고의 여행이 아닐까?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길이 막혀 어쩔수 없이 국내여행을 선택했지만, 결과를 놓고보면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의외성도 있고 즉흥적이었던 부분들 때문에 약간의 스릴도 있었고, 계획당시 목적했던바를 달성해서 만족감도 들었고, 데미안의 이야기에서 새가 알을깨고 나오듯이 “편도2시간”의 틀을 깨고나가 장거리 운전으로 여행을 했다는것에 대한 대견함과 자신감이 느껴져서 정말 괜찮은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훗날 정현이의 기억에도 오래도록 남는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건 나중에야 알수있는 것이기에 잠시 미뤄두고.
더 잊혀지기 전에 여행의 기록을 잘 정리해야겠다.
이 여행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소소한 “일상탈출”을 계속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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