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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 여수

by loveson 2023. 3. 2.

친구가 얘기했다. "너네는 전라도 여행 자주 가는구나?"

그렇게 생각해본적 없는데 하필 전라도 여행할때 맞춰서 연락을 하니 그렇게 생각되나 보다. 어쨌든 우리가족의 여행 Style에 어울리는건 같다. "찔끔씩 자주 하는것 보다 모아서 한방에! 크게! 제대로!"
또 그렇게 편도 3시간 운행의 여행을 시작했다. (편도 2시간 초과 운전은 우리가족에겐 너무 큰 사건이니까)
 

3시간의 길고 긴 운전끝에 여수에 도착했다.

 

그냥 막연히 한적한 시골이라 생각했던것과는 딴판으로 수많은 공장 굴뚝에서 흰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완전 공업도시였다. 마치 포항 철강단지에 온것같은 느낌에 깜짝 놀랐다. 
그러고보니 여수 석유화학단지... 라고 들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평소 뉴스 화면에서나 볼법한 커다란 공장의 구조물들이 압도적이었다. 
 

지역마다 바다의 모습이 다르다고 했던가? 집앞 해운대 바다에는 어쩌다 여름에 작은 요트 한두대가 떠있는데, 여긴 커다란 선박들이 코앞에 떠있었다. 마치 중세 유럽에 신항로 개척을 떠날 준비를 하고있는 선단마냥..
  

운전하며 이리저리 둘러본다고 와이프가 불안증을 호소하던 그때, 산정상 부근에 글라이더가 날아가는걸 봤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하늘도 맑고 바람도 그리 새차게 부는건 아니라서 스포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날씨인것 같긴한데, 겁이나서 도저히 도전해볼 스포츠는 아닌거 같았다.
 

 

여행 하루전에서야 부랴부랴 어디를 둘러볼지 급하게 정했었는데, 요즘엔 너무 친절한 블로그씨들이 많아서 방문장소 선정이 너무 쉬웠다. 그래서 정했던 목적지 List중의 하나인, 여수 엑스포가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여행이 실감나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릴적 수영장에 가면 짐 풀 사이도 없이 물에 뛰어들고 싶었던 동심마냥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빨리 나와보고 싶었다. 
 
첫번째 여행장소인 "미남 크루즈"로 가기위해 호텔에서 택시를 탔다. 탑승하고나서야 기사님께서 여행Tip을 알려주셨다. "코로나 제재가 많이 풀리긴 했지만, 아직 깐깐한 택시기사분들은 마스크가 없으면 탑승거부 할겁니다. 꼭 마스크 챙기세요". 순간 마스크가 없다는걸 인식하고 당황했다. 어쩔줄 몰라하는 나에게 글로브 박스를 가리키며 마스크를 챙겨가라 하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택시요금 5천원에 5천원 팁을 더 얹어 드렸다. 
 

택시에서 내린 순간, 차를 두고 택시를 타고오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들 이렇게 찾아온건지 정말 주차장이 만원이었다. 넓은 주차장을 제법 걸어가다보니 중간에 관광버스들도 몇대가 모여 주차되어있었다. 순간 사람이 너무 많을까봐 약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매표소에 도착하니 예상했던대로 길고 긴 대기줄에 시끌벅적한 사람들 소리때문에 어리둥절해졌다. 불행중다행으로 역시 똘똘한 아내 덕분에 사전 예약의 혜택을 이용하여 하이패스로 검표소를 통과했다.  
 

크루즈 탑승장으로 내려가는 발판을 지날때 보니 양쪽으로 크루즈 두대가 눈에 들어왔다. 오른편에는 다른 운행사의 크루즈가 있었는데 우리가 예약한 크루즈선이 훨씬 크고 웅장했다. 크기가 커서인지 더 안전해보였다. 


 
크루즈 제일 꼭대기 갑판에 올라서니, 초저녁의 쌀쌀한 기운에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그래도 여수의 아름다운 모습이 넓고 시원하게 펼쳐져 눈에 들어오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탑승전에 봤던 다른 선착장의 크루즈선을 쳐다봤는데, 정말!!! 순간적으로 아비규환의 모습처럼 보였다. 정말 빼곡하게 발딛일틈없이 사람들이 꽉 들어차서 저마다 아우성을 내지르고있는 피난선 같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행에 한껏 취해 즐거워 소리치는 모습들이었는데, 일순간 너무 빼곡히 들어찬 모습때문인지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처럼 비춰졌나 보다. 하지만, 그런 순간의 착각으로 치부하기엔 배의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이 탑승한것 처럼 보여서 불안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압사 사건 등등이 갑자기 떠올라 우리가 탑승한 선박의 비상구와 구명 튜브등이 어디있는지 둘러보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크루즈선이 훨씬 커서인지 그렇게 승객이 빼곡하진 않고 여유가 있어 보여 안심되었다.

 

불안감이 잦아들자 이내 여행객들의 행복한 미소가 보이고, 기대에 들뜬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도 들리자, 우리의 기대감도 벅차 올랐다. 
 


뭐든지 적당한게 최고다. 출항전 설레임을 즐길 시간도 적당했어야 하는데, 기대감이 지루함으로 바뀔 때까지도 배는 항구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크루즈도 밀려드는 탑승객 때문에 건너편의 크루즈와 비슷한 상황으로 바뀌어 갔다. 하지만, 강건너 불구경할때 그속에 있던 사람들의 비명과 두려움을 걱정했던것과는 달리 우리의 상황도 바뀌어 인파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속에서 또다른 재미가 느껴져서 나쁘지만은 않았다.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와 함께 드디어 출발!
해가 어느덧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니 여수는 붉게 노을진 저녁하늘을 이불삼아 뒤덮었고 , 이내 해를 쫓아 달려오는 밤의 그림자가 하늘을 뒤덮으니 새하얀 달과 수많은 별들이 더욱더 그 빛을 밝혀갔다. 그러한 자연의 영원함과는 반대로, 너무나 짧은 인간의 생이 느껴지자 서운함과 아쉬움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보통은 어디에 가족끼리 여행을 가서 견학을 할때는, 그냥 인터넷을 조금 뒤져보거나, 그곳에 세워져있는 안내간판을 읽어보고 견학한 곳의 정보를 찾아보는식으로 해서 내용의 깊이도 부족하고 다소 재미도 없었다. 그런데 크루즈 여행에서는 목소리도 좋고, 발음도 명확한 선장님이 밤바다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수 이곳저곳에 대한 많은 내용을 방송으로 안내해주시니 한결 여행의 재미와 감동이 더해졌다.
  

여수밤바다 ~~
해운대 달맞이 고개와 비슷해보였다. 하지만 훨씬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건물을 이쁘게 장식한 수많은 형형색색의 불빛들 때문인지 동화나라에 온것 같았다. 얘기로만 전해듣던 "여수밤바다"를 실제로 보니 사람들이 왜 "여수밤바다~"하고 노래를 불러대는지 공감이 되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지고, 기분도 차분해지고, 달달한 향기가 나는 그런 풍경이었다. 


 

케이블카. 뉴스에서 어느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하면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피켓들고 시위하며 자연훼손 하지마라고  고래고래 소리쳤겠지만, 밤하늘에 별빛마냥 저렇게 예쁘게 떠있으니 감탄만 나올뿐이었다. 

저 안에서 우리를 보는 사람들도, 여기서 저들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것 같았다.

(만약에 다음에 또 여수를 방문한다면 그때는 꼭 타보리라 다짐을 했다.)
 

여수 낭만포차. 그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낭만적인가!

선장님의 설명끝에 뱃고동을 울려줬더니 거기 있던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줬다.
밤의 어둠이 우리를 이리 만들었는지,  "낭만"이라는 이름이 우리를 그리 만들었는지, 시끄러운 뱃고동소리가 시비거리가 아닌 반갑고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밤하늘에 별이 너무 밝았다. 어릴적 동네 아파트에서는 저렇게 뚜렷하고 밝은 별들을 밤하늘에서 많이 봤었는데, 내가 어른이 되어서인지, 환경오염때문에 하늘이 탁해져서인지 예전만큼 반짝이는 별을 보기가 힘들었다.
  

광안리 불꽃축제도 찾아가보진 않은 우리가족인데, 뭐하러 비싼돈내고 저걸 보러가냐고 비아냥거린 아빠였는데, 선장님의 다정한 안내와 기분좋은 음악을 배경으로 새까만 밤하늘에 형형색깔의 불빛으로 꽃을 수놓으니 장관이었다. 

멀리서 그냥 불빛만 쳐다봤을땐 전혀 감동이 없었는데, 음악에 맞춰 연출한 불꽃을 바라보니 감동! 또, 감동! 이었다. 

 
 

참치마요 주먹밥의 신비로운 맛을 알아버린 아들!

    

향이 깊은 술이 오래가듯, 혀가 타들어 가는 매운맛의 기억이 오래도록 아들 가슴에 남았으면 좋겠다.  

   

숙소로 돌아와서 오락실에서 추억의 디디알

   

여수 시민의 높은 시민의식 때문인가? 해안선 주변에 쓰레기가 하나도 없었다! 

너무 깨끗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화장실 유리 칸막이에 적힌 글귀가 얘사롭지 않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족은 또 어떤걸 알게 되었을까?

        

영화 아바타의 한장면으로 빠져든것 같다. 

   

북극? 남극? 오로라가 일렁이는 차가운 바닷가의 느낌이었다.  

  

사진을 찍을땐 몰랐는데, 자료를 정리하다 이 사진을 보고 엄마와 아빠는 한참이나 배꼽빠지게 웃었다.

아들의 그림은 항상 어딘가 모르게 우스꽝스러우면서 재치가 있다. 뭔가 창의적인 느낌이 진하게 녹아있는듯하다. 

       

밤에 열리는 벛꽃축제의 느낌.     

 

 

 

    

지역의 특산음식, 맛집 탐방! 그런 배부른 소리는 저리가랏!

저녁식사를 하러 숙소를 나와 한두 걸음 내딛자 마자 밀려드는 허기와 피곤함에 망설임도, 고민도 없이 호텔 1층에 있는 식당으로 Back, Back!  

하지만,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듯! Side에 마련된 라면과 햇반, 무제한 제공 서비스에 만족도 100%!

     

검색의 달인, 엄마는 여행지의 숙소 선정때 이런 부가 서비스 유무를 잘 찾아본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근사한 후식을 즐겼다. 

 

 

잠깐의 공포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철커덩" 소리와 함께 안전발판이 내려가면서 그대로 출발~~!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니 쾌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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